한번의 연애가 끝나자 한 편의 시가 완성된다
당신을 필사해온 내 이력의 최후
모든 외마디는 명멸한다
돌아오지 않는 폐곡선
오늘은 누구라도 나를 조심했으면 좋겠다

상처는 녹슨뼈에 새겨지는 방식으로 남겨진다
필름이 끝나는 소리가 난다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나는 곁에 있는게 아니야. 그저 남겨지는 거지
아무런 감흥도 없이
입에서 귀로 흘러들어가는 증언
나는 당신을 저주하는 나를 용서하기로 한다
날짐승들은 흙을 더 많이 기억한다
부르튼 눈동자로 보는, 푸르지 않은 수평선
모두 잊고 태워버린 시집에는
완벽하게 윤색된 기억들이 아우성치고 있다
거짓말들로 꾸려진 가구들은
언어의 공백을 감정하리라
사무치도록 흉측햇을 것이다
오해할 수 있는 만큼 이해하고
이해할 수 있는 만큼 오해하는

아무 이유 없이 오랫동안 가만히,
서 있고 싶을 때가 있다
버려진 퍼즐 한조각 같은 불구로 남기를
당신보다 당신의 비밀을 사랑해요
사람의 애인이란 그토록 외로이 무능하다
처절하고 치졸하다
연애, 가장 소중한 애무로 위로받는 일
타인이 쓰고 간 축축해진 칫솔을 다시 쓰면서

때로, 만나본 적 없는 소문이 나를 살해한다
창가에서 상념과 함께 불그스름하게 젖어드는
육신을 위해 날개를 만들것이다
촛농을 녹여 만든……
어떤 애인은 살아서도 방치되는 의미에 가깝다
당신의 뼈를 잊지 않을게요
부둥켜안아도 만질 수없던 그 내부의 울림을
입술들을 다시 모아 붙이면
침묵을 폭로하던 홀몸이 부서질 것이다
어떤 익명이나를 안으며 그 이름이 되겠다

윤회의 집에 이르러
불살랐던 시집들이 남은 잿더미가
뿌옇게 바닥을 지배하고 있다
당신은 내 심장을기억해주시겠습니까
가면들은 저마다 자신을 풍자한 언어에 불과할 뿐
제 몸이 아픈 줄 모르고 떠났다가
죽어 돌아오는 사람이 있다
통증을 얻으려 나선 전쟁터에서
수레 가득 주워온 죽음들끼리 서로 부대낀다
저 무일푼의 생애들을
현생에 초대된 적 없는 연애로 봐도 될까
나는 당신이 버리지 않은 시구로만 독해되겠다
비유로부터 빌려온 애인이
헐벗은 습성을 보채고 있다
볓가지 다른 종류의 침묵들이 갖고 싶어지는 순간
문 열린 독방에서 나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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